2024년 5월 들어 갑작스러운 태양의 지자기 폭풍으로 상대적으로 저위도 지방에서도 오로라가 관측되고 있다.....는데 개기일식 때와 마찬가지로 뉴욕 지역의 날씨가 그다지 좋지 못하네요. 흐림, 비, 흐림, 비.....
지자기 북극이 움직이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북극권 캐나다에 위치하기 때문에 북미 지역에서는 오로라 관측 지역이 상당히 남하하여 플로리다, 멕시코에서도 관측한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물론 다른 대륙에서도 한국에서는 화천, 일본의 홋카이도, 심지어 인도에서도 관측이 되었다고 합니다.
천문학자거나 비행기를 타고 일식 스팟을 찾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시간과 돈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개기일식을 보려고 하는 사람들은 아마 대부분 인생에서 처음일 것입니다. 지구에서 가장 크게 보이는 천체 두 개가 만나는 이벤트이기 때문에, 다른 천문학적 이벤트 - 예를 들어 우리 당대에 베텔기우스의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 한 개기일식이 지구상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우주쇼라고 할 수 있지요.
개기일식은 지구상 어딘가에서 평균 18개월에 한 번 일어나지만 대부분은 해상에서 일어납니다. 지구 표면 30%의 육지 중 남극을 제외하면 두께 100km 남짓한 선으로 존재하는 관측 지역에 도달하려면 국경을 넘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번 일식은 나라가 세 개밖에 없는 북미 대륙을 관통하는 만큼 보고자 한다면 출입국 절차 없이 얼마든지 이동할 수 있기에 관측이 이보다 쉬울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나한테만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얼마나 몰릴 지는 예상하기 어려웠습니다. 일례로 2009년 개기일식 때 인도에서는 갠지스 강에서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고요. 뉴스에서는 일식 경로를 따라 매진된 숙소의 지도를 보여주며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개기일식 당일
그래서 내가 선택한 1번 후보지는, 사우스위크 주립공원 Southwick State Park이란 곳으로, 개기일식의 중심선에서 5km밖에 떨어져있지 않아 3분 40초 정도의 긴 시간동안 관측할 수 있는 곳입니다. 무엇보다 오대호 중 하나인 온타리오 호에 접해있기 때문에, 나무나 언덕 등으로 시야가 가려질 염려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번 개기일식은 높은 고도에서 벌어지지만 부분일식 시간까지 합치면 아무래도 시야가 넓은 곳이 유리하지요.
다만 일주일 전부터 구름낀 날씨 예보로, 불안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월마트, 타겟이나 다른 주립공원, 공동묘지 등의 날씨도 미리 찾아보았지만 다들 거기서 거기라 비슷했고요. 멀리 아디론댁이나 아예 버몬트 주로 넘어가면 날씨가 괜찮은 곳도 있었지만 숙소 문제 때문에 거기까지 후보에 넣기는 힘든 일.
이런 불안을 뒤로 하고 대망의 4월 8일. 머나먼 여정 끝에 1번 후보지였던 Southwick State Park에 도착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도로 전광판들이 일제히 "Total Eclipse today. Do not stop on road." 즉 일식 본답시고 도로에 차 세우고 보지 말라는 경고를 내보내고 있었는데 인간사가 늘 그렇듯 저런 말을 한다는건 저렇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겠지요?
아무튼 역시나 도착해서 처음 본 광경은 미디어에서는 절대 보여주지 않는 주차난...까지는 예상했지만 아예 입구를 막아버릴 줄을 예상 못했습니다. 아니 왜????
뭐랬는지 기억은 안나는.....
안에 꽤 넓은 캠핑장도 있는 주립공원이라, 차들을 공원 내에 임시로 수용하면 수천대도 주차가 가능했을 텐데 굳이 막아버렸습니다. 물론 안막았다고 우리 자리가 남았다는 보장은 없었지만요. 나중에 알고보니 아침 7시에 공원 문을 열었고 그때부터 선착순으로 입장객을 받았기 때문에 이 동네 사람이 아니면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였지요. 아마도 공원 관리인 숫자가 한정적이라 안전 문제를 고려, 공원 주차장 규모 이상의 입장객을 받지 않기로 한 것 같았습니다.
불행중 다행으로, 공원 입구 바로 앞에 있는 가게에서 주차장을 개방했습니다. 물론 공짜는 아니고 10달러씩 주차비를 받았는데, 이거라도 있는게 어디였는지 주차장은 이미 만원이었지요. 처음 보는 동네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불법주차를 하는 것보다는 낫기도 하고, 다른 장소라고 여기보다 상황이 좋다는 보장도 없으니 여기도 다 차기 전에 일단 주차를 했습니다.
만세!!!!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야 합니다. 간식을 담은 가방과 캠핑의자를 들고 공원에 입장합니다. 걸어가면서도 여기 갓길에라도 주차를 시켜주지 하는 생각을 계속 합니다. 다행인 것은 이미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호숫가의 사정이 좋지 않아도 나무가 적은 곳을 골라 길가에다 의자 펴고 앉아서 봐도 될 것 같다는 점입니다.
진짜진짜 최종 입구
그런데 여전히 날씨가 좋지 않습니다. 빗방울은 떨어지지 않지만 구름이 빽빽합니다. 가끔은 태양이 거의 맨눈으로 보일 지경이었어요. 20분여를 걸어서 호숫가에 다다랐는데, 역시 오대호라 그런지 바다와 분간이 안가는 모습입니다. 흔한 롱아일랜드의 해수욕장과 비슷한 광경. 아이들은 뛰거나 그네를 타고, 화장실 줄은 길고. 4월이지만 아직 기온이 낮아 불을 피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와중에 물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고. 안춥나?
저기 밝은게 태양.....이 맨눈으로 보일 정도로 구름이 많이 낀 상황
호숫가에 자리를 펴고 앉았지만 구름은 여전히 짙습니다. 혹시나 해서 필터를 쓰고 하늘을 봤지만, 필터를 쓰면 태양빛이 부족해 시야가 1도 안보이고, 필터를 안쓰면 눈이 부시긴 하지만 태양을 볼 수는 있는 상황. 물론 그렇다고 태양을 맨눈으로 보는 것은 위험합니다. 어쨌든 안타깝지만 이대로라면 일식 관측은 물건너간 상황.
이런 상태가 수십 분간 이어지니, 호숫가에 모인 사람들은 이제 슬슬 실소를 머금기 시작하고, 소리내며 허탈하게 웃는 사람도 생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십년만의 일식 관측 기회인데 구름 따위에 가로막힐 줄은 생각도 못했겠지요. 미디어에서 일식을 묘사할 때는 전형적으로 넓은 광장에서 사람들이 보안경을 쓰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광경을 보여주는데, 누구도 구름 이야기는 하지 않으니까요. 그나마 비는 오지 않아 다행일까요?
2:11:09 PM
그나저나 구름은 정말 멋집니다. 일식을 보지 못하더라도 멋있는 구름이라도 보고 왔다고 말할 거리는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구름에 결?이 있네요. 구름이 흘러가는 방향을 보면 저 사이로 태양이 지나갈 타이밍에 개기일식이 일어난다면 볼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태양이 주기적으로 나왔다 들어갔다 하긴 하네요.
사진1-절망 2:48:07 PM
사진2. 2:51:28 PM
두터운 구름이 아직 하늘을 덮고 있는 와중에 부분일식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아마존에서 구입한 필터와 티모바일에서 제공한 필터 모두 태양을 관측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위의 사진1처럼, 아예 태양의 모습이 보이지가 않습니다. 아니 저걸 눈에 쓰고는 태양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도 어려웠어요. 팁이 있다면 가마우지가 먹잇감 위에서 날개를 덮듯이 주변 시야를 모자 등으로 최대한 가리고 필터를 통해 하늘을 보면 태양빛이 그나마 희미하게 보이긴 합니다. 사진2는 따로 준비한 X-레이 필름을 통해 찍은 사진인데, 필름의 두께가 얇아 태양의 모습이 보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봐도 안전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이런 경우 필름 여러 개를 겹쳐서 조절이 가능합니다.
많이 가려진 모습. 2:51:59 PM
일분일초가 아쉽게 달은 태양을 점점 더 많이 가립니다. 다행히 사진은 찍히고 있기 때문에 구름만 아니면 일식 관측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만 역시 구름이 문제...
다시 구름 속으로 사라진 태양. 3:12:40 PM
이 지역의 개기일식 시작 시간은 3시 21분 53초 정도. 9분여를 남겨놓고 태양이 구름 속으로 다시 사라졌네요. 부분일식만 볼 거였으면 그냥 집근처에서 봐도 되는데 여기까지 다섯 시간 넘게 온 보람이 없어질까봐 초조합니다. 그 사이 타주에 사는 친구들의 카톡이 도착하네요. 텍사스 등 중남부 지방은 구름이 없이 맑은 날씨라서 관측이 쉬운 모양입니다ㅜㅠ 뭐 가까이 버몬트만 가도 맑은 날씨인데.
그래도 이 때 쯤에는 희망을 가졌었는데, 구름의 이동 속도가 대충 예측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듯 구름에 물결처럼 결이 있기 때문에, 9분여를 남겨놓은 지금은 차라리 태양이 구름 속으로 숨는 것이 낫습니다.
3시 20분, 기적적으로 태양이 구름 사이로 나옵니다. 이대로 가만히 있어야 할텐데......
이걸 보기 위해서 여기까지 왔구나 3:23:39 PM
그 와중에 또 구름에 가려지려 하고 있는 3:23:44 PM
1% 남았던 태양빛이 스윽 하고 달빛에 완전히 가려집니다. 그랜드 캐니언을 처음 본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TV에서 본 적이 있는데, 인간이 대자연에 압도되면 눈물이 흐르는 모양입니다. 달과 태양의 겉보기 크기가 비슷해진 것이 수억년 전이라고 하니, 중생대 생물들도, 네안데르탈인도, 구석기 인류도, 피라미드를 짓던 인부도 보았을 광경을 2024년에 똑같이 보고 있는 셈이고 앞으로 수억년간 지구상의 누군가와 공유할 장엄한 공통경험입니다. 인생을 되돌아보며 하찮았던 그동안의 경험을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지만, 이유 모를 눈물이 흐르는 와중에도 두 손은 촬영에 바빴습니다. 온전한 감상을 위해 촬영을 포기해야겠다는 다짐은 어디로 갔는지. 그래도 덕분에 그나마 사진과 동영상을 남겼으니 지나고 보니 다행입니다.
아쉬운 것은, 개기일식은 한낮에도 별을 볼 수 있는 신기한 경험이라고 했는데 구름 때문에 그 부분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만 바닷가처럼 탁 트인 곳이다보니 우리 시야조차도 달 그림자가 다 가리지 못해서 지평선과 수평선 부분은 노을이 진 것처럼 붉그스름하게 빛났는데, 가운데 어두운 하늘을 붉은 노을이 둥그렇게 감싸고 있는 신기한 광경이었지요. 구름이 짙었던 덕분에 노을도 더 짙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 설정상 매일 일식이 일어난다는 <아바타>의 판도라 행성에 온 것 같은 느낌입니다.
3:24:00 PM
개기일식이 시작하는 순간
3분 가량의 일식이 끝이 나고 태양이 아래쪽부터 모습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태양이 티끌만큼 달그림자에서 벗어난 순간, 거짓말처럼 주변을 환하게 밝히며 태양의 위대함을 알립니다. 여기서 예상하지 못했던 인상적인 광경이 펼쳐졌는데, 사방에서 갈매기를 비롯한 온갖 새들이 소리를 내지르며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모습이었습니다. 많이들 놀란 듯 합니다. 하긴 새벽에 동이 틀 때 조금의 박명에도 지저귀며 하루를 시작하는 새들인데, 한낮에 갑자기 빛을 잃어버리니 놀랄 수 밖에요. 인간도 일생에 한 번 보기 어려운 광경인데 일식의 경험이 있는 개체가 있을리도 만무하고요. 일제히 들리는 무질서한 새 소리. 과연 옛날 사람들이 보기에는 종말의 순간처럼 보였을 것 같네요.
개기일식이 끝나는 순간
다시 시작된 부분일식. 3:35:09 PM
일식이 끝나고
일식이 끝나자 -사실 부분일식은 아직 진행중입니다만- 어린이들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왜인가 봤더니, 호수의 모습이 장관입니다. 우유니 사막은 못 가봤지만 하늘과 물의 경계가 모호하게 비슷한 광경이었는데, 이미 물이 얕은 것을 알아둔 아이들이 물에 발을 담그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호수니까 밀물이 들어올 일도 없고 안전하네요. 바람이 심하면 파도는 칠 수 있지만.
주변 경치가 좋기 때문에, 나중에 캠핑 목적으로 방문해도 괜찮을 것 같은 공원입니다. 무엇보다 저 일식 직후의 아름다운 광경이 잊혀지질 않네요. 부분일식도 어느 정도 일단락이 된 후 나와보니 지역 경찰차가 와서 차들이 질서있게 빠질 수 있게 교통정리를 하고 있어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개기일식을 한 번 경험한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다음 일식 때는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건 작가님들께 맡기고 다음 기회가 온다면 꼭 온전히 두 눈에 담아야겠습니다. 이상 귀찮음에 한달만에 남기는 2024개기일식 후기였습니다.
저번에 첨부했던 인터렉티브 맵을 참고하면, 장소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뉴욕주 북부에서의 일식 진행 시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부분일식 시작: 오후 2시 8분
- 개기일식 시작: 오후 3시 21분
- 개기일식 끝: 오후 3시 24분
- 부분일식 끝: 오후 4시 34분
즉 부분일식 시작부터 끝까지는 두시간 반 정도, 그 가운데 개기일식은 약 3분이 안되는 시간동안 볼 수 있습니다. 숨을 참고 볼 수도 있는 아주 짧은 시간이라, 여러 제반 환경이 도와줘야 안정적인 관측이 가능할텐데 예를 들어 이 시간에 태양이 있는 위치에 구름이 끼거나, 비가 내리거나, 옆에서 산불이 나거나 갑자기 급ㄸ이... 이런 상황은 절대 안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으로는 장소인데, 뉴욕주를 확대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것처럼 버팔로와 로체스터, 그리고 주변 나이아가라 폴스와 오스웨고 근방이 최고의 명당 자리로 3분이 넘게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다고 합니다. 차량과 인파의 밀도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대도시 근방은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안전할 듯 싶습니다. 돈이 아주 많다면 온타리오 호에 배를 띄워놓고 관측하는 것이 가장 편하고 좋은 방법이겠으나 저는 배는 당연히 없고 크루즈 등은 당연히 모두 매진입니다.
몇 가지 후보군을 꾸려 보면
- 공원 (State Parks 또는 동네 공원, 장점: 넓고 관련 행사를 진행중인 경우가 많음, 단점: 교통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움)
- 모텔 주차장 (장점: 돈이 안들고 안전, 단점: 체크아웃하고 오후까지 기다려야 함)
- 마트 주차장 (월마트나 타겟 등, 장점: 돈이 안듦, 단점: 역시 교통상황 예측이 어렵고 처음 가는 동네는 치안도 걱정. 주차단속도 걱정)
- 그냥 고속도로 갓길 (장점: 돈이 안듦, 단점: 사고 위험, 경찰에게 제지당할 가능성)
- 그냥 국도변 (장점: 돈이 안듦, 단점: 고속도로보다 위험할 수도)
- 공동묘지 (장점: 주변에 나무나 언덕이 없고 잘 보임, 단점: 수상하게 보일수 있음, 묘지기에게 제지당할 가능성)
등등이 있는데 위에서부터 선호도가 높았다가 내려가는 후보군입니다. 일단은 구글맵에 위의 시설들을 모두 찍어놓고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면 좋은 스팟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2024년 4월 8일에 북미 (멕시코, 미국, 캐나다) 지역에서 개기일식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다음 개기일식은 2045년에야 다시 오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기다리고 있으신 분들이 많겠지요? 아래 지도에서 보다시피 인구 밀집 지역을 상당 부분 통과하지만, 뉴욕 주로 범위를 좁혀 보면 나이아가라 폴스부터 위쪽만 훑고 지나가기 때문에 사람들이 주로 모여 사는 뉴욕 시티 - 허드슨 밸리 거주자들은 적어도 네 시간은 이동해야 일식을 볼 수 있는 지역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T-모바일에서도 이번 화요일 T-모바일 튜즈데이 행사 때 탈착식 필터가 달린 선글라스를 나눠줬습니다....! 사실 까먹고 있다가 그 다음날 전화해보고 딱 두개 남았다는 말에 달려가서 받아왔어요.
핑거 레이크 쪽에 일단 숙소를 예약했는데, 언덕이나 나무가 주변에 없어 보이고 있더라도 일식 시작이 오후 3시 근방이라 일식 관측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입니다. 주변 State Park 처럼 탁트인 곳에서 보면 좋겠지만 좋은 곳은 그만큼 차량 홍수가 예상되고 산이 어디에 있고 나무가 어디에 있을지 사전답사 없이 가는건 불안해서 그냥 호텔 주차장에서 보던가, 근처 월마트 같은 곳을 찾아갈 생각입니다. 다만 날씨가 관건인데 이건 하늘에 맡겨야지요.
숙소 주변의 일식 정보. 위의 맵에 들어가면 확인 가능. 시간은 그리니치 표준시입니다.
그 밖에 다른 준비는 딱히 안하려고 합니다. 사진에 담고 인스타에 자랑하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3분도 안되는 시간 동안 눈에 담는 것이 더 오래 남을 것 같아서요. 부분일식도 아니고 개기일식인데, 천체 사진을 찍어본 것도 아니라, 카메라 만지다가 정작 일식 감상을 못한다면 그보다 더 아까운 일이 없을 테니까요.
캐나다에서 산불이 발생하여 북미 동부 지역이 연무로 뒤덮였다. 뉴욕시와 허드슨 밸리 지역 에서는 2023년 6월 6일 오후부터 6월 8일 아침까지, 그 중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는 6월 7일 오후부터 밤까지 이르는 시간이었다.
필터가 아니에요
원래 북미 지역은 습지가 많고 비가 자주 내려 산불이 잘 발생하지 않고, 발생하더라도 큰 불로 발전하는 일이 드물다. 때문에 이번 일을 다들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캐나다에서만 400군데가 넘는 산불이 발생했다 하고 서부에서 동부로 산불이 이동하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에 방화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아래는 이 이색적인 사태를 기록하는 트위터 사진모음.
다행히 뉴욕 지역에서는 6월 8일을 기점으로 연무가 많이 완화되었고, 내일인 9일에 비 소식도 있기 때문에 공기 질이 많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PM2.5 입자 필터 (FÖRNUFTIG filter for particle removal) $5.49
유해기체 필터 (FÖRNUFTIG filter for gas cleaning) $9.99
라는데 입자 필터와 유해기체 필터는 단독 또는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두 종류 필터의 크기가 다르다. 끼우는 순서를 지키라는 의미. 바깥 공기 - 입자 필터 - 유해기체 필터 - 팬 - 배기 순서.
이케아답게 심플한 박스
상자를 열면 설명서가 있고
받침대와 전원 어댑터만 포함된 심플한 포장
역시 이케아다운 그림 설명
벽걸이로 사용할 경우 안쪽 박스가 비스를 고정하는 자리를 표시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벽걸이형으로 사용할 때는 제품 구조상 가로로 긴 형태로만 사용할 수 있고 바닥에 놓고 쓰려면 세로로 긴 형태로만 사용 할 수 있다.그래서 또 혹시 몰라 박스를 버릴 수 없다..... 참고로 비스(나사못)는 미포함이다.
크기는 이정도? 사진의 휴대폰은 갤럭시 S9입니다. 가볍고 아담한 사이즈. 운반손잡이? 는 탈부착 가능.심플한 레트로 스타일 다이얼입니다. 옆에는 필터 교환 표시등.
소음수준은 28 dB (1단) - 60 dB (3단)이라는데 1단은 거의 소리가 들리지 않고 (손을 대보면 공기는 배출하고 있음) 2단은 적당한 수준, 3단은 약간 시끄러운 소음 수준이다. 2단까지는 밤중에도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이고 3단은 예민한 사람은 켜놓고 자는건 어려울 만한 소음.
아래는 블랙 프라이데이 전날, 이벤트 시작일 그러니까 추수감사절 저녁의 모습이다. 역시나 사람은 많고 입구에 쌓여있던 핫딜 부터 동이 나기 시작했다. 6시가 되기 전에 들어갔음에도 전날 봐놨던 2달러인가 3달러짜리 베개는 이미 흔적도 없었다.... 이전 포스트에서 이야기했던, 계산 줄에 기다리면서 주워먹은 이벤트 상품이 바로 이거였다. 이건 나오면서 봤는데 카트에 이 베개를 10개넘게 가득 싣고가는 사람도 봤다. 잠깐 봐도 식구가 많아보이기도 하고 싼건 금방 꺼지기도 하니까 쌓아놓고 쓰려는듯 하니 이해해 주기로.
이런 모습들을 보니 가족과 함께 지내야 하는 땡스기빙이 너무 세속적이 되었다고 혀를 차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이해가 되지만 미국은 한국보다 더 빠르게 전통적인 가족상이 해체되고 있는게 현실이라.....
그건 그렇고 바로 이 아저씨다. 별로 유명 브랜드 TV도 아니어서 되팔기도 애매할 것 같은데 40인치 TV를 6대나 사갔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대당 200달러 정도 한듯. 삼성, 엘지같은 고급브랜드의 40~ 50인치 평범한 TV는 300달러 정도로, 가격이 한해 한해 무섭게 떨어지고 있다. 4K, UHD TV같은게 잔뜩 나와주니 재고처리 상품들이 싼가격으로 많이 풀리는 것 같다. 소비자들은 행복할 뿐. 월마트에 들어가게 전에 들렀던 베스트바이에서도 똑같은 TV 세 대를 사가는 사람을 보았는데 뭐하러 이렇게들 많이 사가는지 아직은 모르겠다. 되팔 것이 아니라면 멀티모니터로 쓰려는건가.... 아니면 집에 방마다 똑같은 브랜드로 깔맞춤이라도 하고싶은건가...?
그다음날 아침(블랙 프라이데이 당일) 계획했던 대로 아침 6시부터 정오까지만 주는 20% 쿠폰을 받으러 베드배스& 비욘드 (Bed Bath and Beyond) 로 고고씽. 전날에 미리 사려던 필립스 전기면도기 모델(Norelco 7500) 과 인터넷 가격을 확인.
도착하니 7시 반쯤. 출근ㅜㅠ까지는 시간이 꽤 남아서 다행이다. 사람은 별로 없고 한산하다. 쿠폰 획득은 당연히 성공.
가격표를 보니 미리 쿠폰가격을 적용해서 붙여놓고 구매심리를 자극중. 옆에 더 좋은 Norelco 9500이 몇만원 안되는 가격차이로 유혹하고 있었지만..... 굴하지 않고 계획했던 대로 싼놈을 집어들었다. 뭐 별차이 없겠지. 한국에서 이보다 한참전 모델 (잘은 모르겠는데 3000시리즈?)이 10년 전쯤에 17만원 정도였던걸 생각하면 정말 싼 가격이다. 물론 한국은 A/S도 공짜고 이러니 직접비교는 좀 그르타.. 면도기가 안돌아가길래 용산 전자랜드까지 힘들게 가서 고쳤는데 찾으러 간 날 얼마에요? 하니까 공짜라고 해서 심하게 감동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암튼 이걸 집어들고 다른 상품들도 슬슬 구경했는데.....
침대용 전기매트. 가격은 아래에..
얼마전에 한국산 거실용 전기매트(한일의료기!!) 300달러주고 사서 이건 패스
여름 이불..... 괜찮아보였는데 암튼 이것도 패스.. 로봇청소기도 패스. 지곤조기.....
올해의 득템.jpg
결국 내물건만 득템하고 무사히 빠져나왔다. 물론 면도기는 대만족. 이상 미국와서 6년만에 첨 해본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 후기 끝.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하면 주로 비싼 전자제품이나 옷가지를 싸게 사러 백화점 등에 문을 열자마자 뛰어들어가는 광경을 미디어를 통해 보아 왔다. 때문에 미국에 온 이후로 그동안 블랙 프라이데이에는 전자제품 체인인 베스트 바이(Best Buy) 나 메이시스(Macy's) 백화점 등에 방문하거나 상품 제조사의 온라인 할인 행사 등으로 원하던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었다.
반면 월마트는 원체 싼 물건으로 가득 찬데다 동네 슈퍼마켓 가듯이 가던 곳이라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뭐가 다른게 있을 것이라 생각을 안했는데, 지나가다 보니 개장에 맞춰 들어오려는 사람들을 위한 대기용 펜스를 설치하고 있었다. 이런 날 쇼핑하러 월마트를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하고 들어가 보았는데, 선입견과 다르게 올해 처음 가본 월마트의 블랙 프라이데이(전야)는 물론 그다지 고급진 모습은 없지만 과연 미국 최대 유통업체다운 그야말로 월마트에 딱 맞는 노련하고 여유있는 마케팅을 자랑하고 있었다.
블랙 프라이데이 전용 상품은 아래와 같이 따로 포장되어 복도에 쌓여 있다. 이벤트 상품이므로 블랙 프라이데이 전날 오후 6시 이전에는 판매하지 않는다는 종이가 붙어 있다. 본사에서 파레트 위에 선반 째로 포장하여 배포하고 진열하는 천조국 마트의 위엄. 아래 사진들은 수요일, 그러니까 전전날 찍은 것이므로 아직 물건들을 살 수는 없었다.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싶다면 이런 상품들만 카트에 담고 계산하고 나와야겠지만 그러지 못하도록 월마트는 곳곳에 위의 이벤트 상품 박스들로 길을 막아 동선을 외길에 가깝게 꼬아 놓았다. 미끼를 문 나같은 호갱들은 결국 이것저것 집어들어 카트를 채우고 만다. 하지만 계산하러 가는 길도 길어서 줄서서 기다리는 동안 자신을 돌아보는.....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생각없이 집어든 물건과 작별인사를 나눌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 나도 계산대 바로 앞에서 올해의 득템.jpg가 될 뻔한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내려놓았다ㅠㅜ 캐셔로 가는 길만 30분 넘게 소요되는데 다른 사람이 포기한 이벤트 상품을 집어드는 쏠쏠한 기회도 있다.
하지만 역시 뭐니뭐니해도 블랙 프라이데이의 진 주인공은 TV이다...... 이 얘기는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