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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4.20 [2024 개기일식] 개기일식 후기
  2. 2024.04.04 [2024 개기일식] 장소와 시간
  3. 2024.04.03 영화 [파묘] 후기 아님
2024. 4. 2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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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기일식이 특별했던 이유

 

천문학자거나 비행기를 타고 일식 스팟을 찾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시간과 돈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개기일식을 보려고 하는 사람들은 아마 대부분 인생에서 처음일 것입니다. 지구에서 가장 크게 보이는 천체 두 개가 만나는 이벤트이기 때문에, 다른 천문학적 이벤트 - 예를 들어 우리 당대에 베텔기우스의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 한 개기일식이 지구상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우주쇼라고 할 수 있지요.

 

개기일식은 지구상 어딘가에서 평균 18개월에 한 번 일어나지만 대부분은 해상에서 일어납니다. 지구 표면 30%의 육지 중 남극을 제외하면 두께 100km 남짓한 선으로 존재하는 관측 지역에 도달하려면 국경을 넘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번 일식은 나라가 세 개밖에 없는 북미 대륙을 관통하는 만큼 보고자 한다면 출입국 절차 없이 얼마든지 이동할 수 있기에 관측이 이보다 쉬울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나한테만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얼마나 몰릴 지는 예상하기 어려웠습니다. 일례로 2009년 개기일식 때 인도에서는 갠지스 강에서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고요. 뉴스에서는 일식 경로를 따라 매진된 숙소의 지도를 보여주며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개기일식 당일

 

그래서 내가 선택한 1번 후보지는, 사우스위크 주립공원 Southwick State Park이란 곳으로, 개기일식의 중심선에서 5km밖에 떨어져있지 않아 3분 40초 정도의 긴 시간동안 관측할 수 있는 곳입니다. 무엇보다 오대호 중 하나인 온타리오 호에 접해있기 때문에, 나무나 언덕 등으로 시야가 가려질 염려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번 개기일식은 높은 고도에서 벌어지지만 부분일식 시간까지 합치면 아무래도 시야가 넓은 곳이 유리하지요.

출처: http://xjubier.free.fr/en/site_pages/solar_eclipses/TSE_2024_GoogleMapFull.html?Lat=43.77605&Lng=-76.22244&Elv=73.0&Zoom=9&LC=1

 

다만 일주일 전부터 구름낀 날씨 예보로, 불안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월마트, 타겟이나 다른 주립공원, 공동묘지 등의 날씨도 미리 찾아보았지만 다들 거기서 거기라 비슷했고요. 멀리 아디론댁이나 아예 버몬트 주로 넘어가면 날씨가 괜찮은 곳도 있었지만 숙소 문제 때문에 거기까지 후보에 넣기는 힘든 일.

 

이런 불안을 뒤로 하고 대망의 4월 8일. 머나먼 여정 끝에 1번 후보지였던 Southwick State Park에 도착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도로 전광판들이 일제히 "Total Eclipse today. Do not stop on road." 즉 일식 본답시고 도로에 차 세우고 보지 말라는 경고를 내보내고 있었는데 인간사가 늘 그렇듯 저런 말을 한다는건 저렇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겠지요?

 

아무튼 역시나 도착해서 처음 본 광경은 미디어에서는 절대 보여주지 않는 주차난...까지는 예상했지만 아예 입구를 막아버릴 줄을 예상 못했습니다. 아니 왜????

뭐랬는지 기억은 안나는.....

 

안에 꽤 넓은 캠핑장도 있는 주립공원이라, 차들을 공원 내에 임시로 수용하면 수천대도 주차가 가능했을 텐데 굳이 막아버렸습니다. 물론 안막았다고 우리 자리가 남았다는 보장은 없었지만요. 나중에 알고보니 아침  7시에 공원 문을 열었고 그때부터 선착순으로 입장객을 받았기 때문에 이 동네 사람이 아니면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였지요. 아마도 공원 관리인 숫자가 한정적이라 안전 문제를 고려, 공원 주차장 규모 이상의 입장객을 받지 않기로 한 것 같았습니다.

 

불행중 다행으로, 공원 입구 바로 앞에 있는 가게에서 주차장을 개방했습니다. 물론 공짜는 아니고 10달러씩 주차비를 받았는데, 이거라도 있는게 어디였는지 주차장은 이미 만원이었지요. 처음 보는 동네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불법주차를 하는 것보다는 낫기도 하고, 다른 장소라고 여기보다 상황이 좋다는 보장도 없으니 여기도 다 차기 전에 일단 주차를 했습니다.

만세!!!!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야 합니다. 간식을 담은 가방과 캠핑의자를 들고 공원에 입장합니다. 걸어가면서도 여기 갓길에라도 주차를 시켜주지 하는 생각을 계속 합니다. 다행인 것은 이미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호숫가의 사정이 좋지 않아도 나무가 적은 곳을 골라 길가에다 의자 펴고 앉아서 봐도 될 것 같다는 점입니다.

 

진짜진짜 최종 입구

 

그런데 여전히 날씨가 좋지 않습니다. 빗방울은 떨어지지 않지만 구름이 빽빽합니다. 가끔은 태양이 거의 맨눈으로 보일 지경이었어요. 20분여를 걸어서 호숫가에 다다랐는데, 역시 오대호라 그런지 바다와 분간이 안가는 모습입니다. 흔한 롱아일랜드의 해수욕장과 비슷한 광경. 아이들은 뛰거나 그네를 타고, 화장실 줄은 길고. 4월이지만 아직 기온이 낮아 불을 피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와중에 물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고. 안춥나?

 

저기 밝은게 태양.....이 맨눈으로 보일 정도로 구름이 많이 낀 상황

 

 

호숫가에 자리를 펴고 앉았지만 구름은 여전히 짙습니다. 혹시나 해서 필터를 쓰고 하늘을 봤지만, 필터를 쓰면 태양빛이 부족해 시야가 1도 안보이고, 필터를 안쓰면 눈이 부시긴 하지만 태양을 볼 수는 있는 상황. 물론 그렇다고 태양을 맨눈으로 보는 것은 위험합니다. 어쨌든 안타깝지만 이대로라면 일식 관측은 물건너간 상황.

 

 

 

이런 상태가 수십 분간 이어지니, 호숫가에 모인 사람들은 이제 슬슬 실소를 머금기 시작하고, 소리내며 허탈하게 웃는 사람도 생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십년만의 일식 관측 기회인데 구름 따위에 가로막힐 줄은 생각도 못했겠지요. 미디어에서 일식을 묘사할 때는 전형적으로 넓은 광장에서 사람들이 보안경을 쓰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광경을 보여주는데, 누구도 구름 이야기는 하지 않으니까요. 그나마 비는 오지 않아 다행일까요?

 

‏‎2:11:09 PM

 

그나저나 구름은 정말 멋집니다. 일식을 보지 못하더라도 멋있는 구름이라도 보고 왔다고 말할 거리는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구름에 결?이 있네요. 구름이 흘러가는 방향을 보면 저 사이로 태양이 지나갈 타이밍에 개기일식이 일어난다면 볼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태양이 주기적으로 나왔다 들어갔다 하긴 하네요.

 

사진1-절망 2:48:07 PM

 

사진2. ‏‎2:51:28 PM

 

 

두터운 구름이 아직 하늘을 덮고 있는 와중에 부분일식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아마존에서 구입한 필터와 티모바일에서 제공한 필터 모두 태양을 관측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위의 사진1처럼, 아예 태양의 모습이 보이지가 않습니다. 아니 저걸 눈에 쓰고는 태양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도 어려웠어요. 팁이 있다면 가마우지가 먹잇감 위에서 날개를 덮듯이 주변 시야를 모자 등으로 최대한 가리고 필터를 통해 하늘을 보면 태양빛이 그나마 희미하게 보이긴 합니다. 사진2는 따로 준비한 X-레이 필름을 통해 찍은 사진인데, 필름의 두께가 얇아 태양의 모습이 보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봐도 안전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이런 경우 필름 여러 개를 겹쳐서 조절이 가능합니다.

 

많이 가려진 모습. 2:51:59 PM

 

 

 

일분일초가 아쉽게 달은 태양을 점점 더 많이 가립니다. 다행히 사진은 찍히고 있기 때문에 구름만 아니면 일식 관측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만 역시 구름이 문제...

 

다시 구름 속으로 사라진 태양. 3:12:40 PM

 

이 지역의 개기일식 시작 시간은 3시 21분 53초 정도. 9분여를 남겨놓고 태양이 구름 속으로 다시 사라졌네요. 부분일식만 볼 거였으면 그냥 집근처에서 봐도 되는데 여기까지 다섯 시간 넘게 온 보람이 없어질까봐 초조합니다. 그 사이 타주에 사는 친구들의 카톡이 도착하네요. 텍사스 등 중남부 지방은 구름이 없이 맑은 날씨라서 관측이 쉬운 모양입니다ㅜㅠ 뭐 가까이 버몬트만 가도 맑은 날씨인데.

 

그래도 이 때 쯤에는 희망을 가졌었는데, 구름의 이동 속도가 대충 예측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듯 구름에 물결처럼 결이 있기 때문에, 9분여를 남겨놓은 지금은 차라리 태양이 구름 속으로 숨는 것이 낫습니다.

 

3시 20분, 기적적으로 태양이 구름 사이로 나옵니다. 이대로 가만히 있어야 할텐데......

 

이걸 보기 위해서 여기까지 왔구나 ‏‎3:23:39 PM

 

그‏‎ 와중에 또 구름에 가려지려 하고 있는 3:23:44 PM

 

1% 남았던 태양빛이 스윽 하고 달빛에 완전히 가려집니다. 그랜드 캐니언을 처음 본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TV에서 본 적이 있는데, 인간이 대자연에 압도되면 눈물이 흐르는 모양입니다. 달과 태양의 겉보기 크기가 비슷해진 것이 수억년 전이라고 하니, 중생대 생물들도, 네안데르탈인도, 구석기 인류도, 피라미드를 짓던 인부도 보았을 광경을 2024년에 똑같이 보고 있는 셈이고 앞으로 수억년간 지구상의 누군가와 공유할 장엄한 공통경험입니다. 인생을 되돌아보며 하찮았던 그동안의 경험을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지만, 이유 모를 눈물이 흐르는 와중에도 두 손은 촬영에 바빴습니다. 온전한 감상을 위해 촬영을 포기해야겠다는 다짐은 어디로 갔는지. 그래도 덕분에 그나마 사진과 동영상을 남겼으니 지나고 보니 다행입니다.

 

아쉬운 것은, 개기일식은 한낮에도 별을 볼 수 있는 신기한 경험이라고 했는데 구름 때문에 그 부분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만 바닷가처럼 탁 트인 곳이다보니 우리 시야조차도 달 그림자가 다 가리지 못해서 지평선과 수평선 부분은 노을이 진 것처럼 붉그스름하게 빛났는데, 가운데 어두운 하늘을 붉은 노을이 둥그렇게 감싸고 있는 신기한 광경이었지요. 구름이 짙었던 덕분에 노을도 더 짙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 설정상 매일 일식이 일어난다는 <아바타>의 판도라 행성에 온 것 같은 느낌입니다.

 

‏‎3:24:00 PM

 

개기일식이 시작하는 순간

 

3분 가량의 일식이 끝이 나고 태양이 아래쪽부터 모습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태양이 티끌만큼 달그림자에서 벗어난 순간, 거짓말처럼 주변을 환하게 밝히며 태양의 위대함을 알립니다. 여기서 예상하지 못했던 인상적인 광경이 펼쳐졌는데, 사방에서 갈매기를 비롯한 온갖 새들이 소리를 내지르며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모습이었습니다. 많이들 놀란 듯 합니다. 하긴 새벽에 동이 틀 때 조금의 박명에도 지저귀며 하루를 시작하는 새들인데, 한낮에 갑자기 빛을 잃어버리니 놀랄 수 밖에요. 인간도 일생에 한 번 보기 어려운 광경인데 일식의 경험이 있는 개체가 있을리도 만무하고요. 일제히 들리는 무질서한 새 소리. 과연 옛날 사람들이 보기에는 종말의 순간처럼 보였을 것 같네요.

개기일식이 끝나는 순간

 

 

다시 시작된 부분일식. ‏‎3:35:09 PM

 

일식이 끝나고

일식이 끝나자 -사실 부분일식은 아직 진행중입니다만- 어린이들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왜인가 봤더니, 호수의 모습이 장관입니다. 우유니 사막은 못 가봤지만 하늘과 물의 경계가 모호하게 비슷한 광경이었는데, 이미 물이 얕은 것을 알아둔 아이들이 물에 발을 담그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호수니까 밀물이 들어올 일도 없고 안전하네요. 바람이 심하면 파도는 칠 수 있지만.

 

주변 경치가 좋기 때문에, 나중에 캠핑 목적으로 방문해도 괜찮을 것 같은 공원입니다. 무엇보다 저 일식 징후의 아름다운 광경이 잊혀지질 않네요. 부분일식도 어느 정도 일단락이 된 후 나와보니 지역 경찰차가 와서 차들이 질서있게 빠질 수 있게 교통정리를 하고 있어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개기일식을 한 번 경험한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다음 일식 때는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건 작가님들께 맡기고 다음 기회가 온다면 꼭 온전히 두 눈에 담아야겠습니다. 이상 귀찮음에 한달만에 남기는 2024개기일식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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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고양이를주셨으니
2024. 4. 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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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xjubier.free.fr/en/site_pages/solar_eclipses/TSE_2024_GoogleMapFull.html?Lat=43.05236&Lng=-76.56246&Elv=122.0&Zoom=7&LC=1

 

Mexico - USA - 2024 April 8 Total Solar Eclipse - Interactive Google Map - Xavier Jubier

 

xjubier.free.fr

조금 다른 장소

 

 

저번에 첨부했던 인터렉티브 맵을 참고하면, 장소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뉴욕주 북부에서의 일식 진행 시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부분일식 시작: 오후 2시 8분

- 개기일식 시작: 오후 3시 21분

- 개기일식 끝: 오후 3시 24분

- 부분일식 끝: 오후 4시 34분

 

즉 부분일식 시작부터 끝까지는 두시간 반 정도, 그 가운데 개기일식은 약 3분이 안되는 시간동안 볼 수 있습니다. 숨을 참고 볼 수도 있는 아주 짧은 시간이라, 여러 제반 환경이 도와줘야 안정적인 관측이 가능할텐데 예를 들어 이 시간에 태양이 있는 위치에 구름이 끼거나, 비가 내리거나, 옆에서 산불이 나거나 갑자기 급ㄸ이... 이런 상황은 절대 안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으로는 장소인데, 뉴욕주를 확대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것처럼 버팔로와 로체스터, 그리고 주변 나이아가라 폴스와 오스웨고 근방이 최고의 명당 자리로 3분이 넘게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다고 합니다. 차량과 인파의 밀도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대도시 근방은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안전할 듯 싶습니다. 돈이 아주 많다면 온타리오 호에 배를 띄워놓고 관측하는 것이 가장 편하고 좋은 방법이겠으나 저는 배는 당연히 없고 크루즈 등은 당연히 모두 매진입니다.

 

몇 가지 후보군을 꾸려 보면

 

- 공원 (State Parks 또는 동네 공원, 장점: 넓고 관련 행사를 진행중인 경우가 많음, 단점: 교통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움)

- 모텔 주차장 (장점: 돈이 안들고 안전, 단점: 체크아웃하고 오후까지 기다려야 함)

- 마트 주차장 (월마트나 타겟 등, 장점: 돈이 안듦, 단점: 역시 교통상황 예측이 어렵고 처음 가는 동네는 치안도 걱정. 주차단속도 걱정)

- 그냥 고속도로 갓길 (장점: 돈이 안듦, 단점: 사고 위험, 경찰에게 제지당할 가능성)

- 그냥 국도변 (장점: 돈이 안듦, 단점: 고속도로보다 위험할 수도)

- 공동묘지 (장점: 주변에 나무나 언덕이 없고 잘 보임, 단점: 수상하게 보일수 있음, 묘지기에게 제지당할 가능성)

 

등등이 있는데 위에서부터 선호도가 높았다가 내려가는 후보군입니다. 일단은 구글맵에 위의 시설들을 모두 찍어놓고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면 좋은 스팟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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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고양이를주셨으니
2024. 4. 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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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후기보다는 내가 하고싶은 얘기를 하고 싶어서.

 

영화속 파묘의 절차 하나 하나가 대부분의 관객들에게 낯설었겠지만, 특히나 낯설었던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바로 '탈관'을 하는 지방, 또는 집안의 사람들이다. 탈관은 말 그대로 염한 고인의 시신을 관에서 꺼내어 나무판만 새로 덮어서 묻고, 시신을 담아온 관은 장지에서 다른 물건들과 함께 태워버리는 장례 풍습이다.

 

https://m.dnews.co.kr/m_home/view.jsp?idxno=202208231325334630021#:~:text=%EC%A0%84%ED%86%B5%EC%A0%81%20%EC%9E%A5%EB%B2%95%EC%9D%B8%20'%EB%A7%A4%EC%9E%A5'%EC%9D%80,%EC%A2%85%EA%B5%90%ED%99%94%EB%8F%84%20%EA%B3%84%EC%86%8D%20%EC%A7%84%ED%96%89%EB%90%90%EB%8B%A4.

 

"요즘 누가 매장 하나요"...장례식 후 90%가 '화장' 선택

사진=프리드라이프[e대한경제=신보훈 기자]장례 문화의 변화가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장례 절차 간소화 등 인구구조와 사회 인식 변화로 매장은 줄고 화장은 60% 이상 늘어났다.

m.dnews.co.kr

 

요즘은 거의 화장을 하기 때문에 접할 기회가 별로 없지만 탈관 매장이 전체 우리나라 매장의 40%를 넘는다고 하니 적지 않은 비율인데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경우는 한 번도 못 봤다. 추측하기로는, 탈관이든 관장이든 하관 절차 자체가 방송에서 보기 드문데다, 시신의 형태가 드러나는 탈관은 더욱 방송에 적합한 그림이 아니기 때문으로 보인다.

 

꺼무위키를 보니 서양에는 거의 없고 중동에서 관 없이 묻는다고 하고 현대 우리나라에서는 경기도와 충청도에서 주로 행해진다고 하는데, 부활절 다다음날인 오늘 곰곰이 생각해 보니 관을 썼다면 예수님도 부활하기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영화 [파묘]로 돌아가 보면, '관을 열지 말라'는 의뢰인의 요청을 비롯, 기어이 관뚜껑을 열고 마는 중반부부터 '첩관'이 밝혀지는 이야기의 끝까지 관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므로 여기서 탈관을 했다가는 영화가 시작도 못했을 것이다.

 

여기서 한국 인터넷 커뮤니티 분위기를 잘 볼 수 있는 링크를 하나 첨부한다.

 

https://mlbpark.donga.com/mp/b.php?p=421&b=bullpen&id=202302030078095940&select=&query=&subselect=&subquery=&user=&site=donga.com&reply=&source=&pos=&sig=h6jTGf-gjhRRKfX2hfj9SY-Yhhlq

 

상조관련해서 ‘관’ 에 대한 몰랐던 사실.txt : MLBPARK

저는 어릴때 고인을 땅에 묻을따관 채로 묻는줄 알았음그런데 관은 말그대로 장례식장에서 화…

mlbpark.donga.com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본문 글이 단정적으로 '우리나라는 다 탈관이다'라고 시작하니 탈관이 생소한 유저들은 그게 대체 어느 나라 풍습이냐고 달려들다가 우측담장(최다 리플)까지 걸렸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엠팍은 사이트 특성상 자기 야구 응원팀을 프사로 걸고 커뮤질을 하는데 탈관은 다수 한화이글스 팬들과 소수 엘두쓱 팬들이 경험해본 반면 (kt위즈 화이팅) 기롯삼 팬들은 매우 생소해 한다. 즉 '경기도와 충청도에서는 탈관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야빠들이 자기 응원팀으로 증명해낸 장면.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24/2019052401878.html

 

北에선 지금도 집에서 장례… 수의 대신 양복·한복으로

北에선 지금도 집에서 장례 수의 대신 양복·한복으로 아무튼, 주말- 평양남자 태영호의 서울 탐구생활

www.chosun.com

 

조선일보에 실린 태영호의 글을 보면 북한도 관을 쓰긴 쓰는 것 같은데 탈관을 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토질 등 여러 환경적 요인이 있겠지만, 남/북부로 나뉘는 것도 아니고 한반도의 중앙부인 경기도와 충청도만 공유하는 풍습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운데, 백제 문화권이라서 그렇다기엔 너무 오래전인데다 무령왕릉에도 관이 있었는데 이건 아닌것 같고, 탈관이 원래 한반도의 장례 문화이고 (중동과 공유하는 유목민 정서?) 관 문화가 중국에서 들어온 것이라기엔 한반도의 주변부가 아닌 중앙부에서만 예전 풍습을 지키는 것도 이상하다. 다만 21세기 한국의 장례 풍습은 탈관도 관장도 아닌 화장인데 이는 불과 수십 년만의 변화로, 이를 보면 탈관과 관장 풍습의 지역을 나누는 것도 지금 와서는 크게 의미가 없어 보인다. 수십년 후에는 또 전혀 다른 장례 문화를 가지게 될 수 도 있으니.

 

이상 [파묘] 후기같지 않은 그냥 내 할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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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고양이를주셨으니